사는 이야기들/건강

나이는 속여도 혈관은 못 속인다

가끔씨 2008. 6. 13. 17:51
나이는 속여도 혈관은 못 속인다
ㆍ혈관 질환의 예방과 치료

돌연사를 일으키는 심혈관 질환의 80~90%는 심근경색, 협심증 등의 허혈성 심장질환이다. ‘허혈성’이란 말 그대로 ‘피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심장은 매일 엄청난 양의 혈액을 공급받아 우리 몸에 필요한 많은 일을 한다. 그런데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통로인 관상동맥이 좁아져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심근경색, 협심증 등이 발생하게 된다. 이 관상동맥이 좁아지는 근본 원인이 바로 죽상동맥경화증이다.

원래 동맥혈관의 맨 안쪽 벽은 매끄러운 상태다. 하지만, 흡연이나 고혈압과 같은 위험인자로 인해 혈관 벽에 상처가 생기면 혈액 내에 존재하던 LDL 콜레스테롤 등의 물질이 상처 부위에 달라붙어 끈적끈적하고 물렁한 덩어리를 형성하게 되며, 이러한 덩어리가 ‘죽’과 같은 모양이어서 우리는 이것을 ‘죽상동맥경화증’이라 부른다. 죽상동맥경화증이 진행된다는 것은, 이러한 죽과 같은 모양을 한 덩어리의 크기가 점점 커짐에 따라 혈관의 지름이 좁아져 혈액 흐름이 점차 감소되는 것을 뜻한다. 보라매병원 심장내과 김상현 교수는 “죽상동맥경화증이 진행됨에 따라 협심증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동맥은 탄력을 잃어 딱딱해지고 혈관 벽에 지방 등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며 간혹 혈전이 생겨 동맥이 완전히 막힐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죽상동맥경화증을 일으키는 여러 가지 요인 중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고지혈증을 비롯해 고혈압, 비만, 당뇨, 흡연, 스트레스 등이다. 이들이 동맥혈관 내벽에 상처를 생기게 하고, 불순물이 달라붙게 하며, 혈관을 딱딱하게 만든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죽상동맥경화증은 조금씩 진행된다. 하지만 위 여섯 가지 요인을 잘 관리하면 진행 속도를 크게 늦출 수 있다. 죽상동맥경화증의 진행 정도는 동맥 맥파 속도 검사나 경동맥 초음파 등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병원에 가보지 않더라도 콜레스테롤 수치나 흡연 여부 등 10가지 지표에 의해 자신의 ‘혈관 나이’를 확인할 수도 있다.(표 참조) 혈관 나이가 55세 이상이면 혈관 노화가 심각한 상태로 가능한 한 빨리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일단 동맥경화가 진행된 혈관은 다시 좋아질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사실이다. 따라서 규칙적인 운동과 적당한 음주,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사 등을 통해 죽상동맥경화증을 예방하기 위한, 또는 진행을 지연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동맥경화에 대처하기 위한 일차적인 방법은 생활습관 개선이다. 하지만 보통 우리의 생활습관은 수십년 동안 계속되던 것이다. 생활습관을 바꿀 수 있으면 좋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동맥경화증은 진행되고 있는데, 생활습관이 바뀔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약물 요법을 피하지 말 것을 권한다.

김 교수는 ”죽상동맥경화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고지혈증“이라며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 치료를 통한 LDL콜레스테롤 수치의 관리가 죽상동맥경화증 관리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고지혈증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의 90% 이상은, 간에서 콜레스테롤이 합성되는 것을 막는 ‘스타틴’이라는 제제다. 우리나라에서도 거의 300여 종에 이르는 ‘스타틴’이 고지혈증 치료에 사용되고 있으며, 그 중에는 죽상동맥경화증의 진행 지연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 받은 ‘로수바스타틴(제품명: 크레스토)’이라는 제제도 있다.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 등으로 인한 돌연사. 돌연사의 근본 원인인 죽상동맥경화증에 대해 확실히 알고 이 질환의 진행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면 돌연사 위험에서 한 발짝 멀어질 수 있다.(경향 2008.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