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의 꽃' 거품의 역할…산화 속도 늦춰 맥주의 신선도 유지
아하! 그렇군요
독일어 '블루멘(Blumen)'은 꽃을 말한다. '맥주 거품'을 뜻하기도 한다. 맥주를 잔에 따를 때 생기는 거품이 곧 '맥주의 꽃'이라는 것이다. 거품은 맥주에 잔류해 있는 탄산가스가 밖으로 새어 나가는 것을 막고,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해 산화 속도를 늦춘다. 거품이 적당히 있어야 맥주의 신선도가 유지되고 맛이 나는 까닭이다.
맥주 거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편이다. 이영현 서울과학기술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맥주 원료인 맥아에 있는 단백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맥주는 맥아로 맥아즙을 만든 후 효모균을 넣고 발효시킨 것이다. 액체는 표면적을 줄이려는 힘이 강해 기체와 잘 섞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거품은 대개 쉽게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맥아에 포함된 단백질은 액체의 이 같은 작용을 방해한다. 맥주가 공기와 잘 섞여 거품이 잘 나도록 돕는 것이다. 김태영 하이트맥주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맥주는 발효 과정에서 생긴 단백질이 이산화탄소를 잡아두는 역할도 해 탄산음료, 주스 등 타 음료보다 거품이 오래 남아 있는다"고 말했다.
거품이 많은 풍부한 맥주을 즐기고 싶다면 맥주의 단백질 함량을 살펴보면 된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 맥아로 맥주를 만들면 거품이 많이 나온다. 흑맥아는 단백질이 많기 때문에 흑맥주는 보통 맥주보다 거품이 많고 오래 유지된다.
컵에 기름기나 이물질이 섞여 있으면 맥주 거품이 금방 꺼진다. 립스틱을 바르고 마시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방 성분이 맥주에 섞이면 단백질 활동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치킨 등 기름진 음식을 먹었거나 립스틱을 바른 상태에서는 입가를 닦은 후 맥주를 마시는 게 좋다.
거품의 두께는 2~3cm 정도일 때 맥주의 맛이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산가스가 적당하게 보호되기 때문이다. 잔을 살짝 기울였다가 70% 정도 맥주가 찼을 때 세워주면 2~3㎝의 거품이 생긴다. 첨잔은 피하는 게 좋다. 신선한 맛이 사라지는 탓이다.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나치게 차게 해서 마시면 오히려 혀 기능이 마비돼 맛이 싱겁게 느껴질 수 있다. 여름에는 4~6도, 겨울에는 8~10도로 보관해 마시는 게 좋다.(한국경제12. 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