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스트 항공으로 가까워진 보라카이 즐기기 (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국의 해변, 보라카이.
몇 달 동안 보물찾기 하듯 보라카이를 취재하면서 수많은 한국인 자유여행객, 허니무너, 아저씨 아줌마 들을 보았다. 일년에 천 만명 이상이 해외여행을 가는 선진국민답게 모두들 세련된 여행 매너로 자신들의 여행을 즐겼으나 개중 유난히, 그러나 공통적으로 눈에 띄는 몇가지 특성도 발견할 수 밖에 없었다. 100미터 앞에서도 한국인임을 금방 알아차릴 수밖에 없는 해변 위의 한국인 행동강령들.
1. 언니들이여 하이힐을 벗자!
해변에 뽕뽕 뚫린 구멍. 앗! 보라카이에도 조개가...?
열심히 팠다. 화이트비치의 모래 만큼이나 뽀얀 껍데기를 가진 조개나 작은 집게가 귀엽게 매달린 게 같은 것들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쁘게 뚫린 구멍을 파 헤질 때마다 나오는 거라곤 차가운 물 뿐. 그제서야 구멍의 일정한 간격이 보였다. 찝찝한 마음으로 따라갔더니 가지런히 놓여진 뾰족굽의 슬리퍼.
화이트 비치를 걷다 보면 이런 눈속임하는 구멍이 종종 눈에 띄인다. 그리고 그 구멍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아~ 대한민국의 언니들이다. 모래에 구멍 뚫으며 드릴 놀이 하는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언니들은 하이힐을 벗을 줄 모른다. 간편한 슬리퍼나 맨발 차림에 대부분인 여행객들에 비하면 언니들의 뾰족굽 슬리퍼는 거의 집착에 가깝다.
이젠 좀 벗자.
몸도 쉬러 왔는데 이 아름다운 화이트비치에서 뾰족굽은 발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발가락 틈으로 파고 드는 부드러운 산호 가루와 발바닥을 간지럽히는 파도 같은 것들을 발에게도 누릴 기회를 줘야 하지 않는가! 언니들이여! 화이트비치에서는 제발 하이힐을 벗어제끼자! 내추럴하게… 좀 컨추리하게… 보라카이에서는 좀 그래보자.
2. 오빠들이여, 당당하게 자신있게 과감하게
화이트 비치에서 원피스 수영복을 입은 사람은 까만 머리의 동양인 뿐이다. 나이 드신 분들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원피스 수영복에 싸롱까지 둘러맨 젊은 신부님들과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해수욕을 즐기는 신랑님들을 볼 때면 나뭇꾼마냥 옷 가지를 몽땅 훔쳐서 야자수 뒤로 숨어버리고 싶다.
언니들아~ 해변에서는 남 시선 의식하지 말고 비키니를 좀 입어주자. 뱃살 때문에 팬티 밖으로 살이 좀 튀어나오면 어떻고 엉덩이 밑에 미니 엉덩이가 생기면 좀 어떻고 가슴 라인 좀 보이면 어떠냐… 한강 수영장 마냥 몸매 감상하려고 눈을 번뜩이는 늑대들도 없고 노랑 머리 언니들의 떡대는 우리 언니들의 그것과 같지 않으니 어깨를 쫙 펴도 된다. 제발 티셔츠 입고 바다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빨래 짜듯 쭉 짜는거 하지 말자.
오빠들아~ 해변에서는 남 시선 의식하지 말고 티셔츠를 벗자.
가슴에 털이 없으면 어떻고 근육이 없으면 좀 어떻고 배에 왕(王) 자 없으면 좀 어떠냐… 오빠들 보다 더 부실한 이웃의 작은 섬나라 오빠들도 훌렁훌렁 잘도 벗고 댕긴다. 양말도 좀 벗어주고 허리까지 치켜올린 바지 좀 내려입고 목에 수건 두른 수건은 바지 뒷 주머니에 꼽고… 응? 글케 싸매고 당기다간 땀띠나서 몇일을 고생한다 말이다. 그렇다고 비치에서 삼각 수영복 입고 다니는 오버는 금물.
얘네들 노는 것좀 봐라
3. 보라카이에서 버려야 할 세가지
하나, 빨리빨리 하는 조급한 마음
더운 나라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필리핀 사람들도 겁나게 느리다. 특히나 보라카이 같은 휴양지는 바쁠게 한 개도 없는 곳이라 더욱이 그렇다. 어디서든 중국집에 짜장면 나오기 기다리듯 하지 마라. 레스토랑에서는 그저 언젠가는 나오겠거니… 1 시간 정도는 거뜬히 참을 줄 아는 인내심을 기르고, 호텔에서는 언젠간 치우겠거니… 하는 넓은 배려심을 길러야 한다. 시장이나 길에서는 느긋느긋 여유롭게 걸어라. 안 그러면… 날도 더운데 홧병 도져서 쓰러진다!
요트처럼 느리게.
둘, 싼 물가 덕 좀 봐야지 하는 기대
보라카이 물가는 생각하는 것보다 싸지 않다. 여행객들이 이용하는 레스토랑의 평균 식사값이 물 값 까지 포함한다면 한국 돈 1만원은 후딱 나간다. 물론 끼니때마다 현지 식당에서 해결한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여행 가서 먹는 즐거움을 포기한다는 건 엥간한 언니오빠들이 아니라면 힘든 결정이다 음식값 뿐 아니라 기타 등등의 생활필수품까지 동남아인 점을 감안한다면 보라카이의 물가는 그리 싼 편이 못되니 펑펑 쓰다가 와야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왔다간 한국에 돌아가서도 한참동안 손꾸락만 빨아야 될꺼다.
셋, 늘 깨끗할 것 같은 화이트 비치에 대한 생각
세계 3 대 비치 중의 하나인 화이트 비치. 그러나 화이트 비치가 언제나 수줍게 식장을 들어서는 아리따운 신부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첫날밤, 신부의 화장 지운 모습을 보고 누구냐고 물어봤다가 결혼생활 내내 우울한 생활을 하는 남편의 안 명랑한 심정을 이 아름다운 화이트 비치에서도 종종 느낄 수가 있다. 바로 그 모양부터 흉흉하기 이를 때 없는 초록시커머리둥둥한 녹조(綠潮)님 때문.
녹조는 부영화된 효소나 식물성 플랑크톤인 녹조류가 크게 늘어나 물빛을 녹색으로 변화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녹조가 발생하면 물의 산소량이 줄어들면서 물고기 등 수중 생물이 죽고 해변에는 심한 악취가 나는데 보라카이의 더위가 최고조에 달하는 싯점에 늘 녹조가 화이트비치를 눈썹 없는 신부꼴로 우리를 속 상하게 한다.
보라카이의 원흉
이 시기에 방문한 언니오빠들은 세계 3대 비치라는 말에 심한 배신감을 느끼며 다시는 보라카이에 발도 안 들여 놓는다 다짐하겠지만 그 시기만 지나면 영락없이 새신부마냥 단장하고 있는 아름다운 화이트 비치를 만나게 될 테니 너무 낙심하지는 말자. 참고로 11월부터 4월 말까지 건기의 화이트 비치에 녹조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