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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 보호 ‘더 미루면 늦으리’

가끔씨 2008. 8. 6. 15:30
영장류 보호 ‘더 미루면 늦으리’
ㆍ환경 파괴·불법 사냥 절반이 멸종위기
ㆍ콩고선 고릴라 대규모 서식 확인 ‘희망’

세계 영장류의 절반가량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경고가 나왔다.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은 4일 발표한 멸종 위기 생물에 관한 ‘레드 리스트’에서 전체 영장류 634종 가운데 48%가 멸종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 리스트는 이중 멸종 위험이 가장 큰 ‘심각한 멸종 위기’ 등급에 속하는 영장류를 11%로 추산했고 ‘멸종 위기’는 22%, ‘취약’ 등급은 15%로 분류했다.

지역 별로는 아시아에서 영장류의 71%가 멸종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나 가장 높았다. 아시아는 멸종 위험 등급으로 분류된 종의 숫자에서도 캄보디아(90%), 베트남(86%), 인도네시아(84%), 라오스(83%), 중국(79%) 등 상위 5개국을 차지했다.

아프리카는 13종의 붉은콜로부스원숭이 중 11종이 ‘심각한 멸종 위기’ 또는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등 37%의 영장류가 멸종 우려 동물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영장류의 40%가 멸종 위협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장류의 멸종을 초래하는 원인으로는 열대우림 파괴 등으로 영장류의 서식지가 줄고 있는 점이 우선적으로 지적된다. 영장류를 식용으로 쓰기 위해 사냥하거나, 불법적인 야생동물 거래가 횡행하는 것도 원인이다.

IUCN 생물 종 프로그램의 부대표인 장 크리스토프 비는 이번 통계가 지금까지 나온 영장류 현황에 관한 기록 중 최악이라고 설명했다. 비 부대표는 “(멸종 위기 영장류는) 수명이 길기 때문에 그만큼 감소세를 뒤집기 힘들다”면서 “특히 영장류는 낮에 움직이고 군락생활을 하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기 때문에 손쉬운 공격 목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BBC방송이 전했다.

영장류 멸종의 위기감 속에서 일부 희망적인 소식도 있었다. 브라질의 황금사자콧수염원숭이 등은 지난 30년간의 보호 노력에 힘입어 위험 등급이 ‘멸종 위기’로 한 단계 내려갔다. 전 세계 동물원이 공동으로 황금사자콧수염원숭이 자체 번식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야생에서도 점차 개체수가 늘어난 것이다.

뉴욕타임스도 5일 콩고 북부의 우림과 습지에서 로랜드 고릴라 12만5000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야생보호소사이어티의 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마구잡이 사냥과 에볼라 바이러스 창궐 등으로 숫자가 크게 줄어든 고릴라의 대규모 서식 사실이 알려지자 과학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IUCN도 최근 유인원 숫자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심각한 멸종 위기’로 분류된 아프리카 마운틴 고릴라의 등급 완화를 한때 검토했다. 하지만 지난해 콩고 비룽가 국립공원에서 고릴라 5마리가 무장요원의 총에 맞아 희생되는 등 피해가 잇따른 점을 감안해 원래 등급을 유지했다.(경향신문 2008. 8.5)